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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학생들, 체력 키우며 마음수련…자신을 사랑하는 법 배운다[희망이음 함께하는 내일]

2026.09.29

경향신문·삼성 공동 캠페인
삼성 다문화청소년 스포츠 클래스
‘몸 튼튼 마음 튼튼’

 

경기 안산시 관산중학교에서 지난 14일 삼성 다문화청소년 스포츠 클래스 ‘마음 튼튼’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제일기획 제공

경기 안산시 관산중학교에서 지난 14일 삼성 다문화청소년 스포츠 클래스 ‘마음 튼튼’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제일기획 제공


올해 경기 관산중 등 15곳서 운영
농구·배드민턴 등 프로그램 마련
선수 출신 교사·심리 전문가 협업
긍정 관점·자신감 얻는 데 주안점
아이들의 변화하는 모습에 ‘뿌듯’

지난 14일 경기 안산시 관산중학교의 1학년 교실. 다문화·비다문화 청소년 20명은 A4용지를 잘라 만든 6쪽짜리 책에 자신의 실패담을 조용히 적어 내려갔다. 쓰렸던 실패의 경험, 당시 느꼈던 부정적인 감정, 그리고 그 좌절을 어떻게 이겨냈는지를 곱씹는 학생들의 표정은 진지했다.
이윽고 발표의 시간. 아직 한국어가 서툰 중국 국적의 A학생이 연단에 섰다.
“칠판에 적힌 숙제를 보지 못했습니다. 선생님께 혼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사실대로 선생님께 이야기했습니다. 나 자신에게 ‘괜찮아’라고 격려했습니다.”
발표가 끝나자 엄청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잘했다” 소리치는 학생도 있었다. 이날 수업은 삼성 다문화청소년 스포츠 클래스 ‘몸 튼튼 마음 튼튼’의 19회차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실패를 바라보는 관점을 긍정적으로 바꾸고 실패를 통해 성장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데 주안점을 뒀다.
학생들은 이날 책 만들기 외에 3인1조로 나뉘어 자신에게 힘이 됐던 말을 공유하는 활동도 했다. “엄마가 ‘힘내’라고 할 때 힘이 났어요.” “친구가 ‘잘한다’고 말해줬어요.”
삼성 다문화청소년 스포츠 클래스는 올해로 3년차를 맞았다. 삼성이 후원하고 세이브더칠드런이 협력 비정부기구(NGO) 자격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3월부터 11월까지 총 30회 수업으로 진행된다. 신체 활동(몸 튼튼·20회)과 정서 교육(마음 튼튼·10회)을 통해 다문화·비다문화 청소년이 서로를 존중하는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돕는다.

 

‘마음 튼튼’ 수업에서 학생들이 만든 ‘극복이야기’ 책의 마지막 장. “강해질 거야” 등 긍정적인 문구가 적혀 있다.  손우성 기자

‘마음 튼튼’ 수업에서 학생들이 만든 ‘극복이야기’ 책의 마지막 장. “강해질 거야” 등 긍정적인 문구가 적혀 있다. 손우성 기자


올해는 관산중을 포함해 총 15곳에서 클래스가 운영되고 있다. 다문화청소년 189명과 비다문화청소년 82명이 참여한다. 선정된 학교 또는 기관은 축구·배구·농구·배드민턴·티볼 중 선택할 수 있다.
각 종목 선수 출신이 ‘몸 튼튼’ 선생님으로, 심리 전문가가 ‘마음 튼튼’ 선생님으로 수업한다. 특히 올해부턴 ‘몸 튼튼’ 선생님이 ‘마음 튼튼’ 수업에 함께해 시너지 효과를 높였다.


지난 8월엔 삼성 다문화청소년 스포츠 클래스를 통한 성장 이야기를 주제로 첫 수기 공모전을 열어 시상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관산중 1학년 김유진양(13)은 수기 공모전에서 세이브더칠드런 이사장상을 받았다.
유진양은 ‘소중한 나에게’라는 구절로 시작하는 편지에서 배구 수업을 받은 경험을 공유하며 “설령 네가 실수하더라도 너무 자책하기보다는 ‘내가 성장하는 과정이구나’ 격려하면서 자신을 사랑해줬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유진양은 이날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유진양은 배구를 배울 수 있다는 공지를 보고 삼성 다문화청소년 스포츠 클래스에 지원했다. 초등학교 6학년 배구 수행평가에서 좋지 않은 성적을 받은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나름의 실패 경험이었다.
체력을 기르기 위해 지난 여름방학부턴 복싱장을 다니고 있다. 하교 후에 복싱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씩씩하기만 하다. 유진양은 “요즘엔 ‘훅’을 연습하고 있다”며 “배구 훈련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유진양은 “스포츠 클래스에서 이길 때면 기분이 좋다”고 했다. 물론 질 때도 있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는다. 실패를 이겨내는 법을 배운 덕분이다. “다음에 더 잘하면 됩니다.”
단순히 배구 실력만 향상된 건 아니다. ‘마음 튼튼’ 수업을 통해 배려와 이해를 배웠다. 유진양은 “평소 욱하는 성격이었는데 ‘마음 튼튼’ 수업을 듣고 정말 차분해졌다”고 말했다. 화가 날 때면 수업에서 배운 호흡법을 떠올린다. 숨을 3초 들이쉬고, 3초 참고, 7초 동안 ‘후’ 하고 뱉으면 평온이 찾아온다.

삼성 다문화청소년 스포츠 클래스는 곁에서 지켜보는 선생님들의 생각도 바꿔놓았다. 경기 시흥시 군서초등학교 이희승 부장교사(42)는 ‘몸 튼튼 마음 튼튼’ 수업을 통해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아이들 모습에 뿌듯함을 느낀다. 이 교사는 삼성 다문화청소년 스포츠 클래스 수기 공모전에서 제일기획 대표이사상을 받았다.
이 교사가 군서초에 온 건 2023년. 전교생의 90%가 다문화청소년이다. 그는 군서초에 오기 전까지 역시 다문화청소년 비율이 높은 인근 시화초등학교에서 근무했다. 다문화청소년과의 소통 경험이 비교적 많은 편이었지만, 군서초에 발령을 받았을 땐 막막함을 느꼈다.
여느 때처럼 쏟아지는 공문을 확인하던 이 교사는 삼성 다문화청소년 스포츠 클래스 공고를 보고 “그래, 이거다!”라며 무릎을 쳤다. 이 교사는 “학생들이 스포츠를 배우면서 마음 수련도 하고 한국어까지 공부할 수 있는 완벽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삼성 다문화청소년 스포츠 클래스를 통해 학생들이 꿈을 꾸기 시작한 점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 국적의 B학생 사례를 소개했다.
B학생은 ‘몸 튼튼’ 수업에서 배운 배드민턴에 푹 빠졌다. 주말엔 집에서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냈던 B학생은 배드민턴 선수가 되겠다는 꿈을 갖게 됐고, 집 근처 체육관에 등록해 운동을 시작했다.
이 교사는 ‘마음 튼튼’ 수업을 통해선 학생들이 자신을 사랑하고 자존감을 키우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마음 튼튼’ 수업을 진행하는 전문가 노고를 높이 평가했다. 그는 “일단 선생님들께서 아이들 칭찬을 많이 해준다”며 “별것 아닌 평범한 행동에도 계속 칭찬을 해주니 학생들이 밝아졌다”고 말했다.
다문화교육관도 달라졌다. 이 교사는 “처음엔 무조건 다문화청소년을 도와줘야 하는 대상으로 생각했다”고 했다. 하지만 삼성 다문화청소년 스포츠 클래스 등 경험으로 더 중요한 건 다문화청소년에 대한 진심 어린 관심과 체계적인 공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교사는 삼성 다문화청소년 스포츠 클래스와 같은 프로그램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내년에도 프로그램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