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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음 함께하는 내일] 혼자 아닌 ‘함께’…즐겁게 땀 흘리며 경계 없이 하나가 된 아이들

2026.08.18

 

6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삼성화재 글로벌캠퍼스 다목적홀에서는 특별한 운동회가 열렸다. 서로 다른 학교, 지역에서 모인 청소년 150여명이 섞여 공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호흡을 맞추고, 서로의 움직임에 발을 맞췄다. 경기장 안에서 함께 뛰며 웃는 아이들 중 상당수는 다문화가정 출신이지만 이 아이들에게 출신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이날 열린 행사는 ‘2026 삼성 다문화청소년 스포츠 클래스 여름캠프’다. 삼성그룹은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다문화·비다문화 청소년이 축구·농구·배구·배드민턴·티볼 가운데 한 종목을 골라 함께 배울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 올해로 3년째 이어지고 있는데 이번 캠프는 상반기 수업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한자리에 모여 그동안 배운 종목을 즐기고 교류하는 시간으로 마련됐다.

 

캠프에 아이들만 온 것은 아니었다. 제일기획을 비롯해 삼성바이오로직스, 호텔신라, 에스원, 삼성서울병원, 삼성웰스토리 등 계열사 9곳의 임직원들이 사내 스포츠 동호회를 중심으로 참여했다. ‘특별활동’에 참여해온 이들은 이날 종목에 따라 한 팀에 8~10명씩 들어가 아이들과 조를 이뤘다. 올해는 삼성화재 블루팡스 배구단 선수들도 합류해 의미를 더했다.
 

운동회 첫 종목은 여러 명이 힘을 모아 공을 옮기는 ‘꿈을 모아’였다. 팀원 전원이 기다란 천의 양쪽을 나눠 잡고 마주 섰다. 천 한가운데에 커다란 공이 올라가자 아이들은 신호에 맞춰 천을 아래위로 흔들어 공을 반대편으로 밀어 보냈다. 천 위의 공은 ‘꿈’을 의미했다.
 

한 명이라도 손을 놓으면 공은 그대로 바닥에 떨어진다. 아이들은 천 양쪽의 균형을 맞추며 움직였다. “자리 바꾸자” “지금 내려야 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오갔고, 누군가의 움직임이 늦어지면 기다리며 호흡을 맞췄다.
 

‘꿈을 타고’ 경기에서는 세 명이 한 조로 호흡을 맞춰 말 모양 튜브를 타고 있다. 제일기획 제공

협동이 필요한 종목들은 계속됐다. 이어진 ‘꿈을 타고’에서는 세 명이 한 조가 돼 말 모양 튜브에 올라 반환점을 돌아왔다. 속도를 내는 것보다 서로의 움직임을 맞추는 것이 중요했다. 한 사람이 먼저 움직이면 균형이 흔들릴 수 있어 아이들은 “같이 가자”고 외치며 호흡을 맞췄다.
 

배구 종목 ‘옹기종기 스트라이크’ 역시 세 명이 한 조였다. 첫 번째 아이가 네트 위로 공을 넘기면 두 번째 아이가 그 공을 들고 림보를 통과해 세 번째 아이에게 건넸고, 마지막 아이가 표적을 맞혔다.
 

가장 인기 있는 종목 중 하나였던 축구는 상대 팀의 러버콘을 공으로 쓰러뜨려 땅을 넓히는 ‘땅따먹기’ 방식으로 치러졌다. 공격수와 골키퍼 역할을 나눠 맡은 아이들은 언제 공을 차고, 누구를 막을지 서로 의견을 나누며 팀 전략을 짰다. 혼자 공을 잘 차는 것보다 팀원들과 움직임을 맞추는 것이 중요한 경기였다.
 

이날 치른 일곱 종목 가운데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잘하는 아이 한 명이 앞서 나가는 방식으로는 어떤 경기도 끝나지 않았다.
 

실제로 이날 캠프를 찾은 아이들의 소감에는 ‘함께’라는 말이 빠지지 않았다. 인천 중구에서 온 김하준군(초등6·가명)은 부모 중 한 명이 미국에서 온 이주배경 청소년이다.
 

그는 “학교에는 친구들이 너무 적으니까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는데, 여긴 친구들이 많아서 좋다”며 “함께 움직이고 응원하는 게 재밌다”고 말했다.
 

경계는 이미 없었다. 누가 어느 나라 배경인지는 아이들의 관심 밖이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온 한수정양(초등4·가명)은 “친구들이 다문화가정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같이하는 친구다”라고 했다.
 

그동안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쌓은 경험은 글로도 확인됐다. 앞서 삼성과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 5월 스포츠 클래스에 참여한 청소년과 보호자, 기관 담당자를 대상으로 제1회 일기·편지·에세이 공모전을 열었다.
 

총 102건의 작품이 접수됐는데, 이 가운데 이주배경 청소년은 54%로, 중국·일본·베트남·우즈베키스탄 등 16개국에 걸쳐 있었다. 심사를 거쳐 성평등가족부 장관상, 제일기획 대표이사상 등 총 11명의 수상자가 선정됐고, 이날 시상식에는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이 참석했다.
 

수상작에는 스포츠 클래스 활동 속에서 아이들이 직접 경험한 변화가 담겼다. 한 초등학교 6학년생은 처음에는 주변에 다문화 친구가 없어 말이 잘 통하지 않을까 걱정했다고 썼다.
 

하지만 수업에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하며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고 한다. 그는 “이렇게 멋진 친구들이 단지 다문화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경우도 있다고 해서 화가 났다”고 적었다.
 

인천 남동구가족센터 최원주 사회복지사의 글에는 그 변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담겼다. 그는 “첫 수업 때만 해도 다문화 아이들은 다문화 아이들끼리, 비다문화 아이들은 저희끼리 모여 앉았는데 조별 활동으로 한 책상에 섞여 앉고, 코트에서 패스를 주고받는 사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어울리기 시작했다”며 “그러다 한 아이가 ‘어? 형이 베트남 사람이었어?’라고 아무렇지 않게 되묻더라”고 전했다.
 

이런 변화는 조사에서도 나타났다. 양경은 성공회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연구진이 지난해 ‘삼성 다문화청소년 스포츠 클래스’에 참여한 청소년 207명을 상대로 사전·사후 조사를 한 결과 사회성과 정서를 재는 9개 지표가 모두 개선됐다.
 

갈등 해결은 81.0에서 96.3으로, 자기긍정은 83.6에서 93.5로 올랐다. 협동심과 공감능력, 다문화포용 지표도 함께 높아졌다.
 

특히 사회적 위축은 29.7에서 9.7로, 우울은 24.3에서 4.9로 대폭 낮아졌다.
 

이날 특별한 운동회가 열린 오후 4시까지 여섯 시간 동안 체육관에서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